제25회 교보교육대상 시상식

수상소감 여러모로 부족한 저에게 교보교육대상이라는 영예로운 상을 안겨주신 교보교육재단의 이사장님과 임직원, 심사위원님들께 진 심으로 감사드립니다. 수상 소식을 듣는 순간 5년 전 영면하신 어머니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. 4살 때 아버님이 돌아가신 뒤 줄곧 어머니의 헌신과 희생이 이어졌고, 덕분에 오늘의 제가 있기 때문입니다. 이 세상 누구보다 소중하고 고귀한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늘 저와 함께 사셨습니다. 한없이 살갑고 애틋하기만 할 것 같았 던, 그런 어머니와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. 20년 전 제가 노숙인 인문학 강좌에 참여하면서부터였습니다.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 다. “네가 먼저 일어선 다음에 가난한 사람을 도와라. 네 코가 석 자인데 누굴 돕겠다고 밤낮 그러고 다니는 거냐.” 어머니 말씀을 듣 지 않았습니다. 대신 노숙인 인문학에 더 매진했습니다. “저는 돈을 좇으며 인생 낭비하기보다 여럿이 어울려 사는 친구 부자, 마음 부자로 살고 싶어요.” 돌아가실 때까지 끝내 어머니와의 소원함을 해소하지 못했습니다. 그리고 어느덧 5년여가 지나갔습니다. 저는 여전히 돈벌이 대 신 제 고집대로 살고 있습니다. 노숙인과 미혼모, 탈학교 청소년, 교도소 재소자, 가난한 어르신들과 만나서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삶, 그게 어느새 저의 삶이 되어 있는 겁니다. 20년,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을 그렇게 살았습니다. 수상소감을 쓰려니 지난 20년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. 노숙인 인문학 초창기 저를 친동생처럼 아껴주셨던 노 숙인 김 씨, 그의 장례식에서 상주 역할을 하면서 깨달은, 가난한 사람도 다 같은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습 니다. 인문학 과정에 참여한 뒤 16년 만에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되었다던 노숙인 임 씨, 가난의 대물림에 몸서리치며 함께 펑펑 울었던 난곡동 한 부모 여성 가장들, 엄마 수녀님 보고 싶다고 밤새 울다가 내게 전화해서 수녀님한테 데려다 달라고 떼쓰던 미혼모 영숙이, 교도소에 들어온 뒤에야 마음의 키는 어머니가 자신보다 훨씬 크시다는 걸 깨닫고 평소 부르던 어머니 대신 ‘엄마아~’ 하고 불렀다는 태수 씨. “자활센터에 나오는 사람들 다 ‘루저’로만 보였어요. 미웠고 싫었어요. 인문학 강좌에 참여하면서 뒤늦게 알게 되었어요. 실은 나 자신이 루저였고, 나를 싫어하고 있었다는 걸. 이제 동료들 미워하지 않아요. 매일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알 겠어요.” 성동자활 인문학 강좌에 참여한 한 여성이 해준 말입니다. 강좌를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 거죠. 비슷한 예가 또 있네요. 대 전에서 만난 20대 청년 노숙인의 이야기입니다. “어린 시절 부모님은 자주 싸우셨고 그럴 때마다 저는 존재를 부정당한 느낌이었습니다. 20대 초반부터 술에 의존하는 생활을 했고,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거리를 떠돌았습니다. 어느 날 최준영 교수의 인문학 강의를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. 사람 마음을 이렇 게 후벼파도 되는 건가? 이후 다른 삶을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. 거리의 삶을 잘 아는 제가 사회복지사가 되어 거리의 아저씨 들을 실질적으로 돕고 싶었던 거죠. 학비를 모아 사이버대학에 입학했고, 올해 드디어 사회복지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습니다.” 이 상은 저 혼자 받는 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. 어렵고 힘겨운 인생 여정에서 저와 함께 삶의 이야기를 나누었던 모든 분이 함께 받는 상입니다. 또한 남편 대신 기꺼이 가장 역할을 해준 아내와 늘 아빠를 응원해준 사 랑하는 저의 두 딸에게 주는 상이기도 합니다. 다시 한 번 큰 상을 안겨주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감 사드립니다. 거리에서, 노숙인 시설에서, 지역자활센터 에서 또 뵙겠습니다. 감사합니다. The 25th Kyobo Education Awards 13 확정)교보교육대상프로그램집 231126_1.indd 13 2023. 11. 27. 오전 10:0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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